“나는 지하에서 신과 악마와 함께 했다. 신이 나를 선택했다”- 지하 700미터의 갱도에 갇혀 있다가 69일 만에 두 번째로 구출된 ‘칠레 광부’가 세상에 나와 토로한 첫 환호성이다. 어느 목회자의 설교나 어떤 신앙인의 간증보다도 훨씬 더 강렬하고 감동적인 ‘복음’으로 들린다. 극한의 절망을 체험한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인 셈이다.

   칠레 광부가 전한 이 메시지 속의 신과 악마는 반드시 종교적 의미만이 아니라 고난의 상황을 견디어 낸 자기의지의 다른 표현으로도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그의 말을 변용(變容)하면 이렇게 이해된다. “나는 지하에서 희망과 절망과 함께 했다. 희망이 나를 구했다.”

   지하 갱도뿐인가. 지상에도 그런 지역이 있다. 2천3백만 여명의 사람이 사는 북한 땅이다. 북한 동포들은 지금 하루하루 희망과 절망이 함께 하는 ‘지하의 삶’을 이어가는 거나 다름없는 상태다. 그들을 어떻게 구출해야 하는가.

   대북지원은 지금 첨예한 정치-정책-사회적 논란거리다. 무엇을 어떻게 지원하든 간에 그것들은 결국 북한 정권의 핵무장을 도와 줄 뿐이라는 논리가 있다. 지원은 하되 북한동포에게 물품이 제대로 전달되는가를 확인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굶주리는 북한동포들의 참상을 더 이상 방치 할 수 없음으로 쌀 등 생필품은 서둘러 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려온다.

   무엇이 정답인가. ‘밥이 사랑’이라는 잠언의 함의(含意)는 밥이야 말로 사람이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절대적 기본요건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 정책으로서가 아니라 개인과 사회단체의 정성을 모아 기아 상태의 북한동포들이 밥만은 먹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인간으로서의 도리다. ‘평화의 쌀 보내기는 바로 그런 도리의 구체적 실천이다.

   칠레광부들은 캄캄한 지하에서 이틀에 과자 반쪽·참치통조림 두 숟가락· 유유 반컵씩으로 버티었다고 한다. 상징비유로 파악하면 북한동포들의 삶도 대부분 그런 지경이다.

   칠레광부들은 매몰 후 17일 만에 뚫린 직경 12센티의 암반구멍을 통해 구호물품이 들어오면서 부터 살아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일구었다. 북한동포들도 훗날 “희망이 우리를 구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평화의 쌀 보내기는 북한동포들을 향해 ‘생존구멍’을 뚫는 운동이고 그것을 통해 전달되는 쌀은 그들에게 희망을 키우는 자양(滋養)이 될 터이다. 사회 각계각층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한다.

Posted by 평화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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