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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15 진정한 고향은 어디인가

 우리는 지금 진정한 고향이 어디인가라고 물어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상징어휘로 표현하면 ‘참고향’의 의미에 대한 질문이다. 물론 단순한 공간으로서의 고향은 존재한다. 내가 태어나 유년을 보낸 곳, 그곳이 우리의 고향이다. 그곳에 부모님이 살고 계신다면 더 말할 나위 없지만 그 분들의 유택(幽宅)만 남아 있다고 해도 그 동네가 고향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곳이 진정으로 우리가 그리워하는 고향인가를 생각해 보면 해석은 달라진다. 

 우리는 해마다 명절이면 고향을 찾는다. 올해 추석 연휴 때도 그랬다. 그러나 귀성에서 우리가 확인하는 것은 무엇인가. 개인마다 감회가 다르겠지만 한 가지 공통된 느낌은 막연한 상실감일 것이다. 도회생활이 고달플 때마다 절실하게 그리워했던 고향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그런 감상 속에서 집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오랜 개발 연대를 살면서 우리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게 변모하는 고향의 모습을 목격해 왔다. ‘내 놀던 옛 동산의 그 큰 소나무는 베어지고’(이은상 작시 ‘옛 동산에 올라’)없지만 그 자리에 들어 선 아파트들은 우리의 고향도 도회적 풍모를 갖추어 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것은 고향의 변화가 발전의 다른 말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의 상실감은 고향의 외형적 변모에서 오는 게 아니다.

    우리가 유년에 고향에서 눈으로 보고 감성으로 느꼈던 순수하고 아름다운 인정과 전통적인 미덕들을 지금에도 확인할 수 있는가. 귀성길에서 우리는 고향에 깊게 드리운 도회적 각박함을 은연중에 체감하게 된다. 가령 지역에 따라서는 보상금으로 상징되는 개발이익에만 화제와 관심이 모아진다. 고향 땅의 의미와 가치는 그렇게 돈으로 환산될 뿐이다. 효(孝)의 내용과 형식도 부모 명의의 고향땅과 연계된다. 고향에서 느끼는 상실감은 바로 인심과 인정의 황폐화 때문일 것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향수라고 한다. 고향에서 우리가 느끼는 상실감으로 파악하면 향수는 공간으로서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바로 의식 속에 남아있는 유년의 자기 모습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영원히 돌아 올 길 없는 옛 시절과 그 때의 순수- 그에 대한 그리움이 향수의 본질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진정한 귀향은 우리 삶속에 순수를 회복하는 일이다. 

 논리를 확대해서 성찰해 보면 원죄 때문에 에덴의 동쪽에서 추방당한 순간에 인간은 ‘참 고향’을 상실한 셈이 된다. 그러니 상징적 의미로서 에덴으로의 복귀가 진정한 귀향이다. 현세에서 인간에 대한 순수한 ‘참 사랑’이 우리의 원죄를 ‘탕감’하고 그와 같은 삶이 바로 귀향의 길일 것이다. 그것은 특정 종교만의 해석일 수가 없다. 오늘 우리가 직면하는 모든 세계악(惡)은 고향상실이 근원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Posted by 평화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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